우리는 자연을 구성하는 제요소간의 균형을 본받아 편협 되지 않은 보편타당한 사고와 판단으로 국토관리의 기본철학을 이해해야 한다. 태양에너지, 대기, 수자원, 토지, 그 속의 생물들로 어우러진 생태계의 미묘하고도 질서정연한 관계를 어지럽히지 않는 자세로 자연환경보전의 정책적 기조를 설정해야한다.
그러나 자연자원의 보전과 이용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는 관리주체에게 적잖게 당황스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게한다. 국립공원내의 대규모 재앙은 관리자에게 엄청난 복구부담이지만 방문자는 자연의 웅대한 연출로 즐길 뿐이다. 90년대 초 미국 엘로우스톤 국립공원 주변의 대화재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국립공원의 보전 때문에 지역사회가 득을 보면서도 보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에는 반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역시 90연대 초 일본의 유명국립공원인 니꼬(日光) 내 주민자치회는 수질오염을 막는 새로운 정화시설의 설비투자에 극렬 반대한 기록이 있다. 신규투자는 시설 사용료 상승 등의 요인이 되고, 방문객 수를 떨어뜨릴 수 있으며 이는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한쪽에서는 솔잎혹파리의 피해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한다고 아우성인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생태계관리의 입장에서 그냥 놔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고집을 피우곤 한다. 수백 명의 박사들이 수십 년에 걸친 연구와 분석 후에도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 생태계의 오묘함에 인간의 변덕이 덧칠된 자연자원관리의 본 모습이다. 그래서 더더욱 국립공원관리는 제대로 된 관리부서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공정책은 세 가지 유형으로 입안되고 결정된다. 우선, 대중의 무관심 속에 일부 이해당사자간의 담합으로 정해진 기간 내에 전격적으로 진행된다. 혹은, 갑자기 닥친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충분한 검토과정 없이 부적절한 절차로 결정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바람직한 유형은 적절한 대안을 갖고 충분한 정책대결과 타협 하에 국민적 합의로 탄생되는 경우이다. 우리 국립공원은 박정희 정부시절인 1967년 최초로 설립되었다. 산림청이 외청으로 신설된 해도 67년인 것을 보면 박대통령의 자연자원관리에 대한 집념이 엿보인다. 정책결정권자의 집념과 일반 대중의 무관심은 내설악을 필두로 많은 공원내의 소규모 스키장, 일부 세력가들의 별장, 그리고 무고한 화전민들을 마음놓고 내몰 수 있었다. 보전의 쓴맛을 맛보기도 전에 지역사회는 국립공원의 지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80년대 말 공원 내 취사금지 정책이나 자연휴식년제의 도입은 수없이 발생하는 산불과 사정없이 무너지는 특정지역의 자연훼손을 막아보려는, 지금 와서 판단하면 성공적인 시도였다. 그러나, 회상하면 그 당시에는 공공의 합의나 과학적 조사에 근거하지 않은 충격적인 정책이었다. 따지고 보면 지난 30여 년 간 국민적 합의에 의해 탄생된 국립공원의 정책은 상대적으로 적지 않았는가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새 정부에게 우리는 무엇을 바랄 것인가?
세계수준의 국립공원체계를 확립하라
인위적으로 손대지 않은 원시야생의 자연지역, 국가를 대표하는 신비로운 자연경관, 그리고 학술적으로 문화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조상의 흔적들이 즐비한 국립공원을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되는 공원으로 승격시키자. 지난 세기 급속한 국가개발의 과정에서 숨죽이고 있었던 생태자원의 보고인 국립공원의 중요한 역할을 간과하지 말고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로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도모할 수 있는 정서적인 교육의 장으로 인식을 새롭게 해야한다. 국제적으로 국립공원을 포함한 보호지역의 분류체계를 수립하는 국제기구인 IUCN의 국립공원범주에 드는 국립공원이 하나도 없는 나라라는 오명을 이제는 벗어야 할 때다. 이웃 일본 국립공원의 절반이 IUCN의 카테고리에 들고 있다. 도시주변에 위치한 특성상 우리의 북한산 국립공원과 필적할 대만의 양명산 국립공원은 공원의 친환경적 관리개선을 위해 ISO 환경인증을 획득해 놓은 지 오래다. 우리도 이젠 글로벌 스텐다드로 업그레이드하자. 올해 남아공에서 매 10년마다 개최되는 세계공원대회에서 우리도 세계적인 공원이 있음을 자랑하자.
관련 법규/조직을 정비하라
국립공원과 보호지역의 관리를 위한 별도의 법률이 요구된다. 현재의 자연공원법은 위계가 다른 국립, 도립, 그리고 군립 공원을 단일 법으로 통합관리하고 있어 국립공원의 보전이념의 확립이 곤란한 실정이다. 또한 공원관리 주체인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법적 기능이 미약하여 관리업무 수행에 많은 문제가 발생된다. 공원 내 혹은 인접지역의 개발압력에 대한 대응체계가 허술하여 일부 지역정치인 혹은 압력단체의 입김에 공원의 존폐가 위협받는 상황도 발생될 수 있다. 따라서 국립공원의 배타적 우위개념과 보전이념을 확립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적 장치의 확보가 요구된다. 현재 환경부 자연공원과에서 담당하고 있는 공원관리업무를 확대해서 공원내 국공유재산의 관리와 다양한 민원을 담당할 공원관리청의 신설도 고려해 봄직하다. 이때, 국립공원과 다양한 보호지역 (예로 생태계보전지역, 조수보호구역, 습지보호지역)의 국가적 관리기능을 포함시킬 수 있다.
관리예산은 국가가 전적으로 부담하라
다른 국가기관 혹은 조직과 동일한 잣대로 판단해서 재정자립을 높이는 방향으로 예산기획이 이뤄진다면 국립공원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무식의 소치이다. 국립공원은 국가적으로 혹은 지구차원에서 절대적으로 보전되어야 할 생태, 문화역사자원을 지켜내고 있는 곳이다. 당장 지구온난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한반도의 식량자원 생산이 불가능할 때, 식물자원의 대안확보를 가능하게 하는 살아있는 박물관이 국립공원이다. 예상치 못한 질병의 창궐에 대응할 새로운 처방약의 개발에 실험될 이름 모를 곰팡이도 공원 안에 소중히 자라고 있다. 다음세대의 꿈나무들이 보고배울 우리조상의 얼과 문화가 공원에 숨쉬고 있다. 국토의 10%도 안 되는 중요한 보전자원의 관리에 경제적 효율성을 따질 수만은 없다. 사찰에 내는 공양미나 교회의 십일조를 돈 가치로만 판단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미래에 대한 보험료로 정부는 연간 650억원의 관리비 전액을 부담하여야 한다. 입장료수입 등 연간 320억 원에 이르는 공단자체의 수입 전액은 기금화되어 각각 해당 지역사회의 보전과 환경친화적인 개발을 위한 기금으로 적립되어야 한다. 지역사회는 이를 통해 국립공원의 보전에 대한 동기유발을 일으킬 수 있고, 기금을 확대 재생산하여 내셔날트러스트 운동 등을 통해 전체 49%에 이르는 공원내의 사유지 매입 등도 부드럽게 유도할 수 있다. 입장료징수 등은 지역의 NPO (비영리단체)가 담당하여 지역민의 공원에 대한 애착심도 고취시키면서 현재 관리인력의 13%에 달하는 매표직원은 고급화되어 가는 방문객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서비스제공과 본연의 공원관리업무에 할당될 수 있다. 다양한 시민참여가 활발히 전개되면서 공원관리의 주체는 투명하고 질 높은 정책개발과 집행을 위해 몸가짐을 달리 할 것이 분명하다.
이제 참여정부는 국립공원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그에 걸맞은 관리정책을 수립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더 이상 무관심의 틈새나 위기극복에 편승한 충격요법은 국립공원을 위해 득이 될 것이 없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때 우리나라 대표브랜드인 국립공원은 새롭게 탄생될 수 있다.